숨이 턱턱 막히는 여름날,
막 떠나간 전철을 놓치고 멍하니 플랫폼에 섰다.
탈 사람 다 타고 혼자 남은 기분이란..
자주 다니는 전철도 아닌데..
시간이 남아도는 것도 아닌데..
방금 지나온 길을 되뇌어본다.
이곳은 경의 중앙선 팔당역,
1번 출입구라고 되어 있지만
실상은 1번 출입구가 다다.
그러니 2번 출입구같은 건 찾지 말기를 ...
작은 역이지만 꽤 깔끔하다.
개찰구 입구에 마스크 착용 안내와 함께,
한쪽에는 "평일 자전거 휴대 금지"라고 쓰인 입간판도 보인다.
반대로 생각하면, 주말에 이 전철에
얼마나 많은 자전거 마니아들이 탈지 알 것 같다.
방금 전 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는데
전철 문이 막 닫히는 게 보였다.
문이 닫히고 있는 줄 알았더라면
온힘을 써서 달려 올라왔을 것이다.
앞쪽도 뒤쪽도 모두 텅 비어 있다.
날씨와 어울리지 않는 고즈넉함이다.
전철을 놓친 덕분에
사진만큼은 맘껏 찍을 수 있었다.
팔당역에도 스크린 도어가 달려 있지만
반대쪽 철로로는 기차가 다니지 않아서
이런 사진도 건질 수 있었다.
나는 철길이 참 좋다.
어릴 적에 철길 주변에 살았는데
선로에 별별 것을 다 올려서 딱지를 만들곤 했다.
병뚜껑, 못, 동전..
단단한 쇠붙이들이 기차의 차륜에 닿아
납작한 딱지로 변신했다.
선로에 귀를 대고
기차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깊은 밤 요란한 소리를 던지며 지나는
기차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때도 많았다.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더니만
드디어 기차가 들어온다.
오래 기다리던 기차라서 반갑기까지 하다.
이 전철은 이곳 남양주 조안면에서
두물머리 지나 양평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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