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892

슬픈 왕세자를 보며 떠올리는 문종 지난 토요일 영국에서는 필립공(에딘버러 공작)의 장례식이 있었다. 이런 날을 대비해 필립공이 손수 개조한 랜드로버에는 필립공의 왕실 깃발로 덮인 관과 그 위로 장교모, 그리고 필립공의 검이 놓여 있다. 그리고, 초록색 랜드로버 바로 뒤를 바짝 따르고 있는 사람, 찰스 왕세자의 모습이 보인다. 이날 찰스 왕세자는 눈물 흘리는 모습이 여러 번 카메라에 잡혔고 시종일관 상기되어 있는 얼굴이었다. 이 눈물은 찰스 왕세자가 그의 아버지와 얼마나 가까웠는지를 보여주는 눈물이었다. 왕세자는 '아버지는 매우 특별한 사람이었다'라는 말로 자신의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주 수요일이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95세 생일을 맞이한다. 장례식날 고개를 숙인 채 예배당으로 들어가 쓸쓸하게 홀로 앉아 있던 여왕을 떠올려 보면.. 2021. 4. 20.
파리바게뜨에서 케이크 대신 빵 한 가득 요새는 선물도 '카톡 선물하기'를 통해 주고받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선물로 받은 모바일 금액권이나 교환권의 유효 기간을 잘 챙겨야 한다. 깜박하고 있다가는 기한을 넘겨 사용을 못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 우리집 아이 수능 칠 때 찹쌀떡 사주라고 받았던 파리바게뜨 모바일 금액권이 아직도 있는데, 케이크 교환권을 가족이 또 받아왔다. 모바일 금액권 기한이 아직 멀었기 때문에 케이크 교환권도 그런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교환권은 유효기간이 훨씬 짧다. 카톡 선물하기에 들어가서 확인해 보니, 모바일 금액권과 케이크 교환권은 유효기간이 각각 366일과 93일이다. 둘 간에 유효기간 차이가 꽤 난다. 케이크를 가지러 파리바게뜨를 향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교환권은 고구마 케이크인데, 매장에서 .. 2021. 4. 19.
이야기의 탄생, 뇌과학으로 푼 스토리텔링 이야기를 글로 재미있게 풀기 위해서는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이야기의 탄생',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스토리텔링 뇌가 원하는 것, 즉 뇌가 남다른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되어야 한다. 그것은 결국 '뭔가가 변화하는 이야기'라고 이 책에서는 정의한다. 히치콕이 그랬듯, 경우에 따라서는 관객을 예기치 못한 변화가 곧 일어날 것만 같은 끝없는 긴장 상태로 유도한다. 주인공이 지나는 길 모퉁이마다, 닫혀 있는 문마다 무언가 튀어나올 것 같은 긴장감이 느껴지지만 그런 긴장 상태는 이내 짧은 안도로 이어지고, 안도의 한숨을 몰아내쉬는 그 순간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다음 장면에 과도한 긴장 에너지를 다시 쏟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는 식이다.. 2021. 4. 18.
역사박물관에서 옛날 생각 하남 역사박물관에 옛날 학교와 관련된 전시 공간이 있다. 교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남중생 겨울 교복과 여고생 여름 교복이다. 빳빳하게 풀을 먹이고 그때처럼 다림질해서 각도 잡아놓았다. 핀으로 고정해 중고생의 발랄한 느낌도 연출했다. 나는 교복이란 것을 한 번도 입어본 적이 없는 세대다. 내가 중학교에 들어갈 때 교복이 바로 없어졌다. 교복 자율화, 두발 자율화가 시작된 것이다. 한창 고도성장기였기 때문에 교복이 사라지자 나이키 같은 비싼 옷들이 바로 학생들 문화 속으로 들어왔다. 프로스펙스, 아식스 같은 국산 제품들도 나이키 못지않은 가격으로 인기를 끌었다. 당연히 학생들 간에 위화감도 생겨났다. 그런 이유에선지 내가 중고교를 다 마치고나서 몇 년 후 지금처럼 교복이 하나둘 부활했다. 교복에 비.. 2021. 4. 17.
구름, 바람, 그리고 버즘나무 산마루에 드리운 구름 그림자를 본다 사람들이 기를 쓰고 오르는 산, 성큼 지나는 구름의 그림자를 누군들 재빨리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오늘같은 날 산에서 양지를 만나거든 태양을 너무 믿지 말고, 음지를 만나거든 지나온 양지에 감사할 것 이 나무는 유독 가지를 뻗어나가는 모양새가 아름답다. 나뭇잎을 다 떨군 뒤에도 동그란 열매들만 남아 창공에 소리 없이 뎅그렁거리며 겨울을 지냈다. 그새 새 잎이 돋고 있다. 열매로 보아 버즘나무과의 나무다. 플라타너스, 양버즘나무, 단풍버즘나무 등. 나무 껍질이 벚겨져 얼룩덜룩한 게 얼굴에 핀 버짐같다 해서 이름 붙여진.. 이렇게나 예쁜데 버즘이라니.. 자갈길을 걸어본다. 폭신한 우레탄과 평탄한 시멘트 바닥만 밟던 운동화가 자갈에 자꾸만 미끄러진다. 때로는 자갈도 밟아봐야 .. 2021. 4. 16.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