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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나의 술시는 어디에 어느 웹툰에선가 행복에 대한 재미있는 정의를 본 적이 있다. "행복이란, 저녁에 맥주 한 캔 마실 수 있는 여유다" 누군가는 이 행복을 위해 집으로 향하는 길에 맥주 한 캔, 안주 한 봉지 사갈 수 있는 금전적 여유가 필요하고, 또 누군가는 집에 돌아와 맥주 한 캔 하면서 좋아하는 일에 빠질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육아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편안히 맥주 한 캔 기울이며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정신적 여유가 필요하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마시는 맥주 한 잔 맥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맛이다. 수입맥주까지 마구마구 들어와 가격 경쟁까지 해주니 맥주를 즐기는 이로서는 맥주 매대 앞에 설 때마다 마냥 행복해진다. 사진 속에 크롬바허, 에르딩어, 파울라나 등 .. 2021. 4. 30.
구산성지, 기해박해 역사의 현장 가끔 지나는 길목에 특이한 건물이 있다. 평기와를 구워서 건물을 짓는 재료로 이용했다. 처음에는 돌을 깎아 만든 것인가도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기와였다. 우리가 흔히 아는 그런 모양이 아니라 일부러 평평하게 구워낸 기와다. 사람이 지나다니는 찻길 쪽 벽에는 이렇게 치장도 해 두었다. 마치 우리 전통 창 '꽃살문'에 들어가는 꽃무늬 또는 수정과에 띄운 대추꽃 같은 올망졸망 귀여운 장식이다. 하남시 유적 4호, 천주교 구산성지 입구의 모습이다. 건축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이 정도면 건축 관련해서도 의미 있는 장소가 아닐까 싶다. 이곳 구산성지는 기해박해 때 순교한 천주교도 김성우 안토니오 성인과 그 외 여덟 명의 순교자가 함께 묻혀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구산성지에 막 들어서면 성모 마리아 상이.. 2021. 4. 29.
엄마 때문에 기숙사 못 들어간 아들 예전에 "이게 다 아빠 때문이야"라는 유행어로 웃음을 유발하던 개그 프로그램이 있었다. 아빠와 아무 연관이 없는 일에도 다 아빠 때문이라고, 아빠를 몰아세우던 그 모습이 얼마나 웃겼는지... 자식을 기르다 보면 부모로서 뭔가를 해줘야 할 때가 많다. 그걸 제대로 못 해줬을 때 돌아오는 말, "이게 다 아빠(엄마) 때문이야~" 대학생이면 자기 할 일은 다 알아서 할 것 같아도 경제적 능력이 아직 없다 보니 학교에 내야 할 비용들은 부모에게 청구된다. 부모가 제 날짜에 내줘야 비로소 공부든 뭐든 가능해지는 것이다. 올해 대학에 들어간 아들은 원래대로라면 집이 아니라 기숙사에 있어야 했다. 학기 시작 전, 그러니까 2월 말에, 그 들어가기 힘들다던 기숙사에 운 좋게 자리가 났다. 입사 전 코로나 PCR 검사와.. 2021. 4. 28.
독일 포털에서 본 윤여정, 아카데미상 이런저런 이야기 독일 포털에 들어갔다가 배우 윤여정 씨의 수상 장면을 보게 되었다. 너무도 자랑스러운 한국인, 존경스러울 정도로 자기 관리 잘하고 연기 세계도 독특한 분이라 오래전부터 눈에 띄었던 분이다. 단편 드라마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주 못생긴 엄마로 나와서 아이가 엄마의 외모 때문에 속상해하던 드라마가 있었다. 저렇게 안 예쁠 수가 있을까 했던 얼굴이었는데, 이분은 나이가 들수록 아름다워지는 것 같다. "여기 그녀가 있다. 시선을 끌어모으는" 영상 전반부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이내 그녀에게로 시선이 돌아간다. '시선을 끌어모으는'이라고 해석해 봤지만, '작은 섬광(불빛)처럼 번쩍'하고 나타났다는 의미다. 의외의 인물이 나타났으니 "여기 그녀가 있다"라는 말로 환기시키고 있다. "이민자 드라마 .. 2021. 4. 27.
매운탕 보며 떠오르는 기억 매운탕을 주문했다. 매운탕 뚝배기가 불판에 얹히고 미나리 향이 더 강렬해지니 어떤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뵌 지가 오래된 외삼촌과의 추억이다. 어릴 적에 잠깐 외가에 살 때 나는 삼촌을 졸졸 따라다녔다. 삼촌이라고는 해도 나와 열 살 차이도 나지 않는 삼촌이다 삼촌은 친구들을 만나러 갈 때는 나를 데려가지 않았지만 붕어 잡으러 갈 때는 따라오게 내버려두었다. 삼촌을 따라가는 길에 꽃도 따먹고 우산풀 따서 우산도 만들고 풀피리도 불었다. 삼촌이 그물로 물고기를 잡을 때면 옆에서 물고기들을 구경하며 놀았다. 맨들맨들한 돌들이 바닥에 깔린 냇가에서 물에 반사되는 햇살의 일렁임을 보는 게 좋았다. 그 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들의 유연한 몸놀림도 재미있었다. "삼촌 이게 뭐야?" 발등에 붙어 있는 까만색을 보고 물.. 2021.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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