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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글..102

처절한 정원 , 인간미 넘치는 소설 - 미셸 깽 1999년 10월 프랑스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저지른 반인륜적 행위를 숨긴 채 요직에 몸담으며 안온한 삶을 살았던 89세 노인, 모리스 파퐁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미셸 갱의 '처절한 정원'은 역사적인 그 현장을 찾은 한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처절한 정원 , 인간미 넘치는 소설 - 미셸 깽 책머리에 아폴리네르의 시집, 에 등장하는 구절이 써져 있다. 이 책의 제목인 '처절한 정원'이 아폴리네르의 시에서 연유했음을 알게 해 준다. 이 시를 알면 제목과의 연관성을 더 잘 알 것 같은데, 해설에도 별다른 언급이 없어 아쉬운 부분이다. ※ 작품에 등장하는 실제 인물 : 모리스 파퐁(Maurice Papon) 제2차 세계대전중 프랑스 친독 정부, 비시 정권하에 치안 부책임자로 있으면서, 1,590명의 유.. 2021. 9. 8.
장 그르니에 - '섬', 달의 뒷면, 또 다른 삶을 찾아 떠나는 여행 작년 가을, 장 그르니에의 '섬' 리뉴얼 판이 출간되었다. 이 에세이를 국내에 처음 소개했던 역자(옮긴이)의 제안에 의해 무려 40년 만에, 시대에 맞는 새로운 번역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이 책의 감동을 잊지 못해 오래된 번역본을 아직 소장한 이들도 많을 거라 생각된다. 장 그르니에 - '섬', 달의 뒷면, 또 다른 삶을 찾아 떠나는 여행 장 그르니에의 '섬'을 구매해 처음 읽었던 때, 그때는 세기가 바뀌기도 전이었다. 중간에 리커버도 되었고, 또 세월이 흘러 그로부터 40년 만에 리뉴얼판이 나왔다. '시대에 맞는 새로운 번역'이라는 역자의 취지에 공감이 가는 게, 내가 가지고 있던 책을 다시 읽어보니 역시나 그 시대 문체들이 가독성을 많이 흐린다. 내게 있는 '섬'은 1993년 7월 10일 초판 1.. 2021. 8. 30.
우울을 지나는 법 - 매트 헤이그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우울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복잡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니 복잡한 감정을 느끼며 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 당연한 듯 여겨지는 것들이 실상은 당연한 것이 아니며, 때로 죽음보다도 더 고통스러울 수 있음에 공감하게 되는 책, '우울을 지나는 법'을 읽는다. 우울을 지나는 법 - 매트 헤이그 이 책을 고른 날, 특별히 우울했던 것은 아니다. '우울'이라는 현상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썼을까 궁금해서 책을 꺼내 들었다. 책 속에는 애써 부인하고 싶은 내 속에 잠재된 어느 부분도 보였다. 현대인이라면 없을 리 없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우울이라는 관점에서 보니 굳이 부인하려는 게 더 억지스럽단 느낌마저 들었다. 이 책의 저자 매트 헤이그는 20대 젊은 날에 극단적인 우울로 매우.. 2021. 8. 18.
사발에 탁주 한 모금이 생각나는 시, "주막에서" 사극에서 주막은 서민들의 애환을 그려내기에 좋은 장소다. 저마다의 목적을 가지고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밥도 내어주고 잠자리도 내어주고, 술도, 때로는 사랑도 내어주던 곳이다. 김용호 시인의 시에서 주막은 서로의 술잔을 통해 타인의 삶을 따뜻하게 바라보게 만들어주는 곳이다. 사발에 탁주 한 모금이 생각나는 시, "주막에서" 사극마다 거의 등장하는 씬이 있다. 등장인물들이 주막에 막 들어서면서 주모에게 국밥이나 술을 달라고 외치는 씬이다. 과거를 보러 산을 넘어 한양을 향하는 선비들, 전국 장을 떠도는 장돌뱅이들, 오랜만에 만난 이웃 친지와 술 한 잔 하러 들른 동네 사람들까지. 사극에 주막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들의 입을 통해 극에서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가 주저리주저리 나오기 때문이다. 굳이 .. 2021. 8. 5.
생각이 실종된 어느 날 - 브레히트 산문 독일 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산문 '생각이 실종된 어느 날'을 읽는다. 브레히트는 문학의 여러 장르에 걸쳐 다작을 했지만 그나마 산문은 손에 꼽는다. '생각이 실종된 어느 날'은 '코이너'라는 인물을 통해 세상에 나타나는 현상들을 비틀어보는 아포리즘 성향의, 가볍지만 함축적인 산문이다. 생각이 실종된 어느 날 - 브레히트 일단 책의 제목이 거창해서 원제는 뭘까 찾아보았다. 'Geschichten vom Herrn Keuner', 즉 '코이너 씨 이야기(역사)' 정도인데, 책에는 '생각이 실종된 어느 날'이라는 제목이 달려 있다. 이 제목이 붙은 이력에 대해서는 책에 별다른 언급이 없다. 이 글의 주인공 '코이너(Keuner)'라는 인물이 브레히트 작품에 등장할 즈음은 나치가 득세하기 시작했던 때다. 브.. 2021.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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