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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글..102

눈 내린 설날에 떠오르는 한시,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설 연휴 중간에 갑자기 눈이 소복하게 내렸다. 흰눈을 보며 떠오르는 글귀가 있다. 첫 행을 따서 흔히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로 불리는 한시다.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不須胡亂行 (불수호란행) 今日我行跡 (금일아행적) 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 눈 덮인 들판을 거닐 때 어지러이 걷지 마라. 오늘 내 행적이 마침내 뒷사람의 지침이 될 것이니. 사물이 온통 파묻힐 정도로 눈이 엄청나게 내린 날, 앞사람의 발자국을 따라가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이 말의 의미를 안다. 눈은 그쳐도 바람에 잔설이 날려 앞을 제대로 보기도 쉽지 않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안내하고, 도움 요청도 할 수 있는 세상에서는 상상조차 어려운 이야기다. 여담. - 오래전 폭설 와중에 타국에서 초행길인 어느 동네를 .. 2022. 2. 1.
방랑자여 슈파..로 오려는가 - 하인리히 뵐 소설 단편소설 '방랑자여, 슈파...로 오려는가'는 2차 대전에 참전했다가 부상당한 어느 소년병의 모습을 통해 전쟁의 아픔을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불과 3개월 전에 글씨체 연습을 하며 따분해하던 학교 미술실에, 소년은 부상병이 되어 돌아왔다. 방랑자여 슈파..로 오려는가 - 하인리히 뵐 하인리히 뵐은 노벨문학상을 받은 독일 전후 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의 초기작 '방랑자여, 슈파..로 오려는가'는 1950년 중단편집으로 출간되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범우사에서 구성을 달리 해 번역본으로 다시 묶은 책이다. 겉표지에도 이 작품이 아닌 다른 작품의 이름이 도서명으로 찍혀 있다. 란 제명은 테오도르 하에커의 에서 따온 인용이다. 세계적인 참극이 우연히도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도 했다. 그것은 하느.. 2021. 12. 5.
19호실로 가다-도리스 레싱, 자신만의 시간을 꿈꾸는 여성들 주변에 혼자 살고 싶다고 말하는 중년 여성들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그냥 하는 소린가 할 정도로 편하게 툭 던지는 한 마디였다. 그런데 그중에는 이혼도 불사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19호실로 가다-도리스 레싱, 자신만의 시간을 꿈꾸는 여성들 가족을 위해 오랜 세월 내어주는 삶을 살았던 여성들이 이제는 자신을 돌아보고 싶어 한다.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자기 혼자만의 삶을 고민하며 인생의 한가운데 자기 자신을 놓고 싶은 것이다. 결코 가족이 싫어서가 아니다. 가족에게 내줄 만큼 내주었으니 이제는 자신을 위해 살겠다는 것이다. 집안에는 그녀들의 공간이 없다. 설령 있더라도 온전히 자신만을 위해 쓰기는 쉽지가 않다. 집에서는 엄마로서 아내로서 해야 할 일들이 매분 매시간마다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가족 구성원 누군.. 2021. 11. 13.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의 세 줄 짜리 좋은 시 태어나 뜨거운 삶을 불태우고, 사라질 때도 남을 위해 다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에는 이런 고귀한 존재가 등장한다. 바로 '연탄'이다.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의 세 줄짜리 좋은 시 안도현 시인의 후기에 따르면, 이 시는 1990년대 초반 전교조 해직교사 시절에 쓴 시라고 한다. 시인 스스로 뜨거운 사람이 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살던 때라고도 말한다. 연탄은 검정색 정형화된 모습으로 태어나지만, 불꽃에 몸을 다 사르고 나면 희끄무레한 재로 변한다. 연탄 두 개나 세 개를 겹으로 올리고, 그중에 가장 아래 꺼져가는 연탄을 꺼낸 다음, 다시 맨 위에 새 연탄을 놓는 방식을 되풀이하며 연탄난방을 하던 때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사라지지는 않았다). 꺼진 연탄재는 그.. 2021. 9. 30.
도날드 덕 87년, 도널드 덕을 다시 보며.. 월트 디즈니에 의해 1934년 탄생한 '도널드 덕', 벌써 87년이 흘렀다. 도널드 덕은 아직도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남아 있다. 도널드 덕 시리즈에는 도널드 덕과 여자 친구 데이지, 삼촌, 조카들, 그 외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도날드 덕 87년, 도널드 덕을 다시 보며.. 오래전에 독일 벼룩시장에서 산 독일어판 월트 디즈니 만화책들이 아직도 집에 남아 있다. 살 때 당시도 상당히 낡은 책들이었기 때문에 적어도 총 30~40년은 묵었을 것이다. 이 책들은 너무 여러 번 읽어서, 그 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마치 잘 아는 사이인 듯 느껴지곤 한다. 책들 중에 한 권을 아무거나 뽑아서 읽어봐도, 이미 아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금세 미소가 머금어진다. 오늘은 도널드 덕의 삼촌이자 돈 많은 구두쇠인.. 2021.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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