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릴 듯 말 듯,
눈이 내릴 듯 말 듯,
하늘은 무겁고 몸은 찌뿌둥한 날,
이런 날에는 진한 국물이 마구 당긴다.
냉장고에 사다 놓고 아직 해 먹지 못한 청국장 한 덩이가 시선을 끌었다.
맥 양념 청국장.
"그래, 오늘은 너로 결정했어."
맥 양념 청국장 내돈내산 후기
청국장을 좋아하긴 하지만 집에서는 자주 해 먹지 못한다.
가장 큰 이유는, 청국장을 잘못 사서 맛없게 먹었던 적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국산 재료로만 만들었다는 맥 양념 청국장, 지난번에 마트에 갔다가 담아왔었다.
정말 좋은 재료로만 만들었다면 조금 맛없어도 용서해줄 수 있겠다 싶었다.
청국장에 넣을 야채들을 있는 대로 냉장고에서 끄집어냈다.
호박은 5cm 정도 한 도막, 양파 1/3개, 느타리버섯은 1/2팩을 썼다.
'초간단 레시피'라는데, 정말 레시피가 초간단하다.
'종이컵 한 컵 반 분량'의 물이라고 되어 있는 걸, '종이컵 한 컵'까지만 읽고 한 컵만 넣었다.
다행히 버섯이 많이 들어가니 물이 부족하지는 않았던 듯하다.
나이에 비해 요리 실력이 상당히 빈약한 사람이지만, 고집은 있다.
물을 먼저 끓이라는데, 굳이 야채랑 물을 한꺼번에 넣고 끓인다.
두부도 양념과 함께 나중에 넣으라는데 처음부터 넣었다.
그런 이유로 초간단 레시피가 더 간단해졌다.
그래도 잘만 끓는다. 보글보글.
네모난 청국장을 숟가락으로 뭉개는 중이다.
이 숟가락으로 말하자면,
20대 때 서울 고터 지하상가(지금의 고터몰)에서 젓가락까지 열 벌을 구매했었다.
그리고 아직도 그 열 벌로 밥을 먹고 산다.
단란한 가정을 꿈꾸며 혼수 비슷하게 구매했던 것 같은데...
가끔은 이렇게 오래된 물건들이 지긋지긋해 새 숟가락을 사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이 숟가락이 참 묵직하니 좋다.
오래전 고터 지하상가는 지금보다도 훨씬 물건을 헐값에 마구 팔았었다.
망한 회사의 물건들도 보따리로 가져와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팔던 곳이었다.
그곳에서 산 물건들이 많으니 지금의 고터몰에도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나다.
(아참, 청국장 이야기를 하다가 딴 데로 샜다.)
자글자글 끓기에 한 숟가락 맛보다가 기절할 뻔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너~무 맛있다.
음... 뒷맛은 약간 쓴데, 이 정도는 이해해 줄 수 있다.
이 초간단 레시피로도 이 맛을 내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버섯에서 물이 많이 나와서 물을 한 컵만 넣었어도 충분히 자작하다.
국물도 그다지 짜지 않다.
두부를 함께 넣는 건 정말 강추한다.
(비주얼이 끝내주지 않나요? 이걸 제가 만들었습니다 ^^)
청국장은 항암 효과도 있고 면역력을 키우는 데도 효과적이라 한다.
혈액순환이나 간 기능 개선에도 좋다고 하니 좋아하시는 분들은 챙겨 먹어도 좋을 것 같다.
요리 부담 없이 간편하게 집에서 끓일 수 있는 청국장, 앞으로도 자주 이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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