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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보의 슬견설 이규보의 에 나오는 '슬견설(蝨犬說)'이다. 학창시절 이 글을 읽고 작은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옛 글에서 생명에 대한 가치를 이렇게 까지 자세하게 이야기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글 속에 등장하는 사람처럼, 사람이나 큰 짐승들만 죽음을 두려워 한다 여겼을 뿐, 미물이라 불리는 작은 생물들의 목숨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때였다. 그러나 학창시절 이 글에 감동하던 것과 별개로, 그때 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모기를 잡고, 파리를 내쫓고, 더러는 먼지다듬이도 휴지로 쓱 해치운다. 거기엔 항상 '해충'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나름의 구실이 붙는다. 그러나 실제로 인간들이 이렇게 작은 곤충이나 벌레같은 미물에만 가학을 가하는 것은 아니다. 가끔 도심에 출몰하는 멧돼지를 사살할 때도 가책같은.. 2016. 7. 28.
공포의 아목(amok)만큼이나 무서운 것 일본에서 최악의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40분간 무려 40명을 찌른 사건이다. 이 20대 남성은 장애인 수용 시설에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직원과 환자들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그는 곧바로 자수했고, 장애인 따위는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이 시설에서 3년 넘게 근무하다 올해 초 그만둔 그는, 한 지인에게 장애인들은 차라리 죽는 편이 가족들에게도 더 낫다며 자신이 장애인들을 죽이겠다고 말했다 한다. 요즘 지구촌을 떨게 만드는 IS 테러도 이번 일본에서 발생한 사건과 비슷한 면이 있다.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대의(大義)를 위해 스스로 나섰다는 점에서다. 난민 수용이 관용적이고 도의적인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낯선 땅에서 살아가며 겪는 차별과 정체성 혼란이 이들로 하여금 이른.. 2016. 7. 27.
단막드라마 극본 어떻게 써야 할까-2 드라마 작법에 대해 이야기 하기엔 좀 민망한 감이 없지 않다. 누군가를 위해 이런 글을 써도 될까 하는 생각에 접을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거의 7년여 만에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면서, 아무리 바빠도 되도록 하루 한 편의 포스팅은 해보자 다짐한 터라, 필요한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내가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서만 정리해 보려 한다. 이번 KBS 단막드라마 공모에 참여하는 분들에게 잠시 자기 작품을 다른 눈으로 해석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포스팅을 시작한다. 드라마는 눈으로 직접 보여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소설보다 훨씬 더 많은 부분들을 고려해야 한다. 소설은 책을 산 독자가 이미 작가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래서 작가가 하는 이야기를 애써 들여다보는 구조이다. 반.. 2016. 7. 25.
단막드라마 극본 어떻게 써야 할까-1 KBS 단막드라마 극본 공모가 7월 29일로 마감한다. 이제 딱 5일 남았다. 일 년 내내 이 공모를 준비해 온 이들에게는 참 힘든 시간이다. 하필 연중 가장 더운 7월 말, 책상에만 앉아있어야 하는 것부터가 자기와의 싸움인 셈이다. 분량은 A4용지로 30~35매, 70분물이다. 여기에 시놉시스가 1~3장, 분량은 꼭 준수해야 한다. 한 장이라도 기준보다 적거나 더 많아지면 안 된다. 줄이고 늘릴 수 있는 능력도 보겠다는 소리다. 글자 크기도 정해져 있다. 11포인트, 문단 간격은 160%로 맞춰야 한다. 폰트는 자유다. 70분짜리 단막드라마 쓰는 방법은 이렇다. 우선 시놉시스(Synopsis), 줄여서 '시놉'이라고도 한다. 글의 개요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심사하는 사람이 그 사람의 필력을 가늠하는 잣.. 2016. 7. 24.
구순 어르신의 선택 병원에 입원한 친지가 있어 갔다가 옆 침대에 구순(九旬) 어르신이 아들과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되었다. 아들은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설득하는 중이고, 어르신은 자기 병이 무슨 병인가만 알면 된다고, 수술 같은 건 안 받을 거라고 했다. 이 나이에 뭔 수술이냐고, 사는 날까지 살다가 옥황상제님이 부르시면 가면 된다고... 그 전에도 비슷한 실랑이가 있었던 듯, 아들은 실망스런 표정만 짓고 있는데 반해, 어르신의 얼굴은 몹시도 평온해 보였다. 새삼 죽음을 앞에 두고도 초연할 수 있는 삶은 얼마나 아름다운 삶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어떤 사람이라도 살다보면 늙고 병듦을 경험하기 마련이다. 구순의 어르신처럼 나이가 많아졌을 때 그런 시간이 오면 더 살기 위해 수술을 강핼할 것인가, 아니면 죽음을 받아들이.. 2016.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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