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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스바흐 두번째 이야기 문득 페르스바흐를 떠올렸다.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아침부터 영화 '흑인 올페' 중 'Morning of the Carnival'이 나도 모르게 입에서 흘러 나왔고, 마침 그 음악은 예전 포스팅 '페르스바흐 가는 길'을 쓸 무렵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던 음악이라... 독일에 살 때 내가 주로 가던 내 삶의 반경 중에서 북쪽 인근으로는 페르스바흐가 있었다. 맘 먹으면 언제든 가볼 수 있는 곳이었지만, 어쩐지 가보고 싶지 않았다. 나는 어렴풋이 그곳이 언젠가 가 본 길일지도 모른단 생각을 했다. 그 길에 서서 "맞아!"하는 감탄사를 나도 모르게 연발할 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르스바흐에 선뜻 가보지 못 한 것은 무슨 이유때문이었을까? 독일에 살 기회가 세 번이나 있던 나는, 그 중 두 번.. 2012. 3. 30.
유노의 약속 장을 보고 나서 무거운 짐을 등에, 양손에 짊어지고 집까지 걸어가자면 너무도 힘들지만, 그럴 때마다 달려와 불쑥 내 손에 든 짐을 나꿔채 가는 녀석이 있다. 작은 몸으로 엄마를 위하는 마음이 늘 앞서가는 우리 유노, 자기 능력 밖의 무거운 짐들을 어깨에 짊어지고 가는 녀석을 바라볼 때면 늘 가슴에 찌릿함이 밀려오곤 한다. 가득 찬 선물 보따리를 둘러맨 산타 할아버지마냥 무거운 짐을 어깨에 매고 달리다가 어느 틈엔가는 헉헉대는 모습이 늘 사랑스럽기만 하다. "엄마, 내가 크면 엄마 짐 다 들어 줄 거야." "내가 커서 훌륭한 사람 되면 엄마 차 사줄게요." 그러다 지나가는 차라도 있으면, "저런 거 사줄까요?"한다. 어느 날인가는 파일럿이 되서 돈 많이 번다고 하더니, 또 어느 날 부터는 과학자로 바뀌었다.. 2009. 11. 30.
한국 대학생 평균 용돈 29만원, 독일에선? 얼마전 인터넷 뉴스에 한국 대학생들의 용돈에 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기사 내용에 따르면, 한국 대학생들은 한달 평균 29만원의 용돈을 쓴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독일 대학생들은 한달에 과연 얼마만큼의 돈을 쓸까요? 관점이 조금 다르긴 한데, 보통 독일 학생들의 한달 기본 생활비라고 하면 600유로 정도(한화로 100만원 정도)를 떠올립니다. 이는 순수한 용돈이라기 보다는, 집세와 의료보험 등을 포함한 액수입니다. 독일에서는 많은 수의 대학생들이 집에서 독립하여 자취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수치는 대도시에 사느냐, 소도시에 사느냐에 따라 집값에서 차이가 많이 나고, 나이 든 학생들은 보험료가 올라가는 경우도 있어, 학생 개인에 따라 한달 생활비가 1000 유로 이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한달에 .. 2009. 10. 30.
추억속의 풍선껌, 그리고 '후바부바' 어릴 적 처음으로 풍선을 불던 때의 감격을 기억하십니까? 순간순간이 다른 아이들이다 보니, 부모에게 늘 '불어달라' 부탁하곤 하던 풍선을, 어느 날엔가는 스스로 불 수 있게 되지요. 그때의 기쁨이란 그 어떤 것보다도 커 보입니다. 풍선껌을 처음으로 불 수 있게 된 날에도, 풍선을 불게 된 그 날 만큼이나 무한한 환희가 아이들의 얼굴에 떠오르곤 합니다. 지난 여름 어느 날, 풍선껌을 입에 넣고 풍선을 부는 저를 보더니, 작은애가 자기도 불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방법을 애써 가르쳐 주었지만, 아이는 늘 입 가장자리 부분으로 빠져나가는 공기때문에 번번이 풍선 부는 일을 실패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풍선을 붐과 동시에 아이의 손가락 두개를 입 가장자리에 갖다 대고, 옆으로 빠져나가는 공기를 꽉 막게.. 2009. 10. 27.
보이지 않는 믿음과 약속, 카트에 사용되는 칩 열쇠고리에 달려 있는 하얀 플라스틱 보이십니까? 동전만한 동그란 부분을 떼서 사용하거나 다시 제자리에 꽂을 수 있게 고안된 이 편리한 물건은 바로 카트에 집어넣는 '동전을 대신하는 칩'입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걸 본 적은 있지만, 대개가 대형 매장의 직원들만이 가지고 다녔지요. 독일 와서 헤매던 것 중 하나는, 수퍼에서 카트를 가지러 가는 도중, 반대로 카트를 제자리에 가져다 놓기 위해 다가오는 누군가에게 한국에서 했듯이 동전을 내밀며, "그 카트 제가 쓸게요!" 했을 때의 반응이었습니다. 대부분은 그러라고 하고 저의 1유로짜리 동전을 받지만, 가끔은 "칩이 들어 있어요!" 라 말하는 사람들을 만나곤 했지요. 그럴 때마다 '대체 칩이라는 건 어찌 생겼으며, 어디서 사는 걸까?' 참 궁금했습니다. 한국에.. 2009.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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