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연례행사처럼 하는 일이 있다. 대봉감으로 홍시를 만들어 물릴 만큼 먹어보는 일이다. 하나하나 홍시가 될 때마다 박스에서 꺼내 먹는 기분이 꽤나 쏠쏠하다. 그야말로 가을 느낌 제대로다. 우선은 좋은 대봉감을 구입해 잘 보관하는 일이 중요하다.
대봉 홍시 가을 느낌, 대봉감 고르는 법 보관하는 법
대봉 한 박스를 인터넷으로 구매했다. 대봉은 예전에 장두감으로 많이 불렸던 것 같은데, 요새는 대봉, 또는 대봉감으로 불린다. 물가가 어마무시해져서 10킬로그램 대신 처음으로 5킬로그램을 구매해봤다. 우리집에서 홍시를 먹을 사람은 나 혼자 뿐이라서 먹어보고 맛있으면 차차 주문해도 될 것 같아서다.
박스 안에 가지런하게 담겨 있는 대봉감은 이대로 보관하면 다 익기도 전에 물러지기 쉽다. 맛있게 먹으려면 잘 익을 수 있도록 조건을 맞춰줘야 한다. 인터넷으로 사다 보니 이미지와 후기만 보고 구매했는데, 이만하면 맛은 아직 모르겠지만 겉보기에는 괜찮은 편이다.
대봉감 고르는 법 - 대봉감은 색이 선명하고 울퉁불퉁 모나지 않으며 꽃봉오리 모양으로 끝이 뾰족한 것으로 고른다. 좋은 감은 다 익어도 육질이 단단한 게 차진 느낌이 난다. 검은 부분이 많은 감은 좋지 않다.
어느 해에 잘못 샀던 감 사진이 남아 있어서 함께 올려본다. 이 감도 인터넷에서 샀는데, 이미지와 완전히 다른 상품이 와서 후기 쓰려고 찍었던 사진이다. 단감처럼 울퉁불퉁하고 쪽의 모양도 고르지 못하다. 익었을 때도 단감처럼 설겅설겅 씹히는 게, 단감도 아니고 홍시도 아닌 상태로 있다가 흐물흐물해져 버린다. 주근깨 같은 점이 많고 색깔이 얼룩덜룩한 감은 일단 거르고 본다.
대봉감 보관하는 방법 - 신문지를 구긴 다음 박스 아래에 깔았다. 과육 부분이 눌리지 않도록 봉긋한 부분이 위로 향하게 놓고 박스 뚜껑을 닫아둔다. 직사광선이 들지 않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보관해야 맛있는 홍시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서늘하게 두다 보면 일주일 전후로 하나씩 홍시가 된다.
몇 년 전에는 가을 느낌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어서 감을 이렇게 늘어놓아본 적도 있다. 10KG 한 상자 감을 TV장 위에 주르르 올려놓으니 정말 집에 포인트(?)가 확 살아났다. 가을 느낌도 당연히 물씬 난다. 다만 이렇게 두면 맛있는 홍시는 포기해야 한다. 껍데기부터 쭈글거려지고 과육도 흐물거리며, 심하면 곰팡이가 필 수도 있다.
이런 날도 있었다. 가을이 채 가기도 전, 11월 말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첫눈이 내렸었다. 홍시와 눈은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생각해보니 한국화 가운데도 눈 내린 풍경 속 나무에 매달린 홍시들이 간혹 있었다. 눈 속에서 까치가 쪼아먹던 모습이 바로 연상이 됐다.
감은 알고 보면 참 귀한 과일이다. 사과처럼 일 년 사시사철 살 수 있는 과일도 아니고, 외국에서는 더군다나 찾아보기도 힘든 과일이다. 지금은 아이스홍시를 만들어 판매도 하지만 제철의 이 맛은 따라잡을 수가 없다.
대봉감은 매우 떫어서 그냥은 먹을 수가 없지만, 홍시가 되면 정말 입에서 살살 녹는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홍시는 심장과 폐를 튼튼하게 하고 소화기능을 개선시킨다고 한다. 칼로리가 낮고 비타민C가 풍부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다만 가운데 심지 부분은 변비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하니, 도려내고 먹으면 좋을 듯 하다.
어릴 적에 할머니 댁에 가면, 할머니가 뒷마당에 떨어져 있던 감을 주워 된장에 묻어두기도 하고 장독에 넣어 홍시가 되면 꺼내 주시기도 했다. 그 맛까지는 바랄 수 없지만, 쉽사리 가버리는 가을은 좀 더 잡아둘 수 있을 것 같다. 설령 눈이 오더라도 끝물까지 오롯이 먹어줘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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