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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날... 내리는 눈은 사람 마음 만큼이나 주변의 소리까지 먹어 버려 온 세상을 하얀 고요속에 파묻어 버린다. 내게는 이런 함박눈 내리는 날 가슴 아린 기억들이 유독 많다. 아무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머리카락에 가린 눈물을 살짝 훔치던 날도 있었고, 파묻히는 눈 속에 슬리퍼 하나 달랑 끌고 어딘가를 서성이던 기억도... 그 때 나는 언제나 내리는 흰 눈만을 보았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무수히도 많은 검은 눈이 내리기도 하는 것을... 가로등 빛을 올려다 보아도 검은 눈은 폭죽처럼 내려붓는다. 어느날인가 운전을 하다 이런 함박눈을 만났다. 문득 어디론가 핸들을 돌려 숨어버리고 싶었다. 내려붓는 눈이 두려워 더 이상 헤치고 나아갈 수가 없어서... 아직도 눈이 무섭다. 그러나 흰 색이 주는 이유없는.. 2009. 2. 16.
고속도로에서의 눈과의 전쟁(Schneechaos auf den Autobahnen) Heftige Schneefälle haben in der Nacht zu Mittwoch vor allem in Unter- und Oberfranken für ein Verkehrschaos gesorgt. An der A 3 und in den Höhenlagen des Spessarts fielen innerhalb kurzer Zeit 20 Zentimeter Schnee. 수요일 새벽 거세진 눈발로 인해, 특히 프랑켄 지방에 교통마비 사태가 발생했다. A3(Autobahn3: 고속도로명)와 슈페사르트(독일 중부 산악지대) 고지대에는 짧은 시간에 20센티미터의 눈이 내렸다. Der Verkehr kam auf der A 3 zwischen der Rastanlage Rohrbrunn und We.. 2009. 2. 11.
겨울 길목을 헤매다 마주하는 터널들... 머리 위로는 외각으로 빠져 나가기도, 외곽에서 중심가로 접어들기도 하며 굉음을 울리는 차들의 행렬... 터널에는 누군가 벽을 쓰다듬고, 그 위를 또 다른 누군가가 쓰다듬은 흔적들.. 그라피티에 눈길을 보내다 얼른 몇 컷을 찍는 사이 터널 저 편에서 모퉁이를 막 돌아나온 자전거 하나가 내 카메라 안으로 달려든다. 2009. 2. 8.
눈비, 얼음비 내린 날, '바람의 집'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할머니 한 분이 정류장 칸막이 안으로 들어온다. 그러더니 안면이 있던 분인지, 내 옆에 있던 다른 할머니와 이야길 시작한다. "이런 눈비(Schneeregen)에 어디 가세요?" "눈비가 아니라 얼음비(Eisregen)여!" "그렇네, 얼음비네, 날씨 한번 참 궂지요?" 나도 멋모르고 나왔다가 이 황당한 얼음비 때문에 방금 전까지 마치 그 할머니들이랑 연배나 되는 양, 바닥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미끄러지지 않으려 온 몸에다 힘이란 힘은 다 주고 걸어온 터다. 미끄럽고도 질척질척한 감촉이 발 밑에서 내 정신마저 혼미하게 만든다. 차가운 얼음비에다, 귓전을 요란스레 맴돌며 옷깃을 비집고 들어오는 칼바람까지 겹쳐서 한 달간의 한파가 서서히 지나가고 있다는 일기예보에도 그저 아리송하기만 .. 2009. 1. 24.
유노의 미술 시간.. 유노가 집에 돌아와 말한다. "엄마! 오늘 타진 애가 새로 왔는데..." "타진 애가 뭐야?" "시꺼먼 애요." 순간 유노는 찌릿한 내 시선에 움찔한다. 다음 번에는 절대로 그런 말 안 하기로 수차례 다짐을 받고서야 야속하기도 했을 법한 엄마에게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하려고 했던 말을 잘리고, 대신 야단을 맞고 나자 유노는 뭔가 말하려던 걸 접고, 아니라고 하면서 그대로 달아난다. 그리고는 가방에서 그림 한 장을 냅다 던져주고 간다. '얼굴 그리기'다. (흑인 아이라니) 이 그림이 유노가 말하려던 그 아이일 리는 없고. 이 그림과 또 말하려고 했던 그 아이와는 어떤 상관인지... 이번엔 내가 궁금해서 유노를 무릎에 기어이 앉히고는 묻는다. "새로 온 애가 어쨌는데?" "자기 얼굴을 그리라고 했는데, 그.. 2009.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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