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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시간을 거슬러40

잠실 마천루 속에서.. 잠실은 주로 지하로 연결되는 통로로만 다니거나 차로 쓱 지나가기만 했던 것 같다. 볼일 다 보고 배는 고픈데 뭐 좀 사 먹을까 잠시 주위를 배회했다. 마땅히 먹고 싶은 것도 없었지만, 코로나 시국에 선뜻 들어가지 못 하고 그냥 한 바퀴 돌았다. 아주 오래전 이야기긴 한데, 학교 다닐 때 영어 선생님이 무슨 시험을 보고 왔다 했다. 그때는 영어 선생님을 'ET(English Teacher)'라 불렀다. 요새 줄임말에 비하면 참 재미없지만, 암튼, 시험의 정답이 '마천루'였다고 한다. 선생님은 '마천루'가 무슨 말인지 몰라서 그 단어는 제외하고 답을 골랐다는데, 정답은 '마천루'였다. "너네들 중에 마천루라는 단어 아는 사람 있어?" 아무도 그 단어를 안다고 나서지 않았다. 우리의 ET는, "거봐, 없지?".. 2021. 12. 22.
내게 가장 아름다운 낙엽 사진, 그리고.. 거리마다 울긋불긋하더니 수도권 단풍은 이제 막바지다. 사진 파일 속에서 내게 가장 아름다운 낙엽 사진이 뭘까 찾아보았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 찍은 사진 한 장이 얼른 떠올랐다. 내게 가장 아름다운 낙엽 사진, 그리고.. 2007년에 찍은 아이들 사진이다. 둘 다 대학생인데 이렇게 어릴 적 사진을 보면 그저 아련하다. 당시 인사동에 있던 대성산업 사옥 앞마당이다. 그날 대성산업에서 무슨 행사를 하고 있어서 사람들이 사옥까지 들어갔다. "돈 먹는 구식 보일러" "S라인 콘덴싱으로 바꿔라!" 대성산업 S라인 콘덴싱 보일러 홍보 로봇들과 사진도 찍었다. 로봇 머리위에 보일러 연통이 달려 있다. 대성산업은 그 이후로 인사동을 떠난 듯하다. 인사동도 그동안 변화가 많았고, 가장 크게는 코로나19 이후 고전 중이다... 2021. 11. 14.
오래된 책 속에 오래된 서점의 흔적, 광주 나라서적 아날로그 세상은 지고 있어도 아날로그 감성은 지지 않는다. 아주 오래전에 샀던 책을 보며 오래된 흔적의 기억들과 싸워본다. 어느 정신분석학자가 말하길, 잊으려고 노력하는 기억은 잊혀진다고 했다. 역으로, 잊지 않으려는 기억의 단편들은 퍼즐처럼 끼워맞춰지곤 한다. 오래된 책 속에 오래된 서점의 흔적, 광주 나라서적 몇 달 전 급히 필요한 책이 있어서 문이 열린 서점을 찾아 다녀왔다. 서점은 지하에 있었다. 계단을 여남은 개 내려가자마자 조금은 적응이 안 되는 침침한 공간과 마주했다. 갑자기 불이 나갔는지 천장에 달린 형광등 하나가 깜박거렸다. 다른 형광등이 여러 개 달려 있었지만 고장난 형광등 한 개 때문에 급기야 괴기스러운 느낌마저 들 정도로 침침하던 공간에, 사장님으로 보이는 연세 지긋하신 분이 카운터.. 2021. 10. 21.
벼룩시장에서 얻은 그림, 비 내린 물랑루즈 벼룩시장에는 싸고 좋은 물건과 싸고 허름한 물건이 섞여 있다. 주인을 제대로만 만나면 더 좋은 용도로 쓰일 수 있는 물건들도 즐비하다. 사람과 물건이 엮이는 곳, 물건과 가격이 합의점을 찾는 곳, 벼룩시장이 좋은 이유다. 벼룩시장에서 얻은 그림, 비 내린 물랑루즈 벼룩시장은 보물찾기 같은 즐거움이 있는 곳이다. 특히나 외국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제값 다 주고 사기에 아까운 물건들을 반도 안 되는 가격에 얻을 수 있는 행복한 공간이다. 생각지도 않게 로열 홈세트나 럭셔리한 장식품들을 만나면, 이때다 하고 한아름 들고 와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 가난한 학생 신분으로는 분에 넘치는 물건들을 그렇듯 벼룩시장을 통해 만났다. 한 번은 어느 화가의 작품을 구경하다가 그림을 얻은 적도 있다. 독일 벼룩시장에서.. 2021. 10. 9.
독일 온라인 신문에 실린 한국 음식물쓰레기 관련 기사 독일 온라인 신문에서 한국의 음식물 처리 시스템에 관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한국에서처럼 쓰레기 분리하기 - 왜 우리는 할 수 없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다. 독일도 환경 문제에 관한 고민이라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나라인 만큼 이런 기사가 더 눈길을 끌었다. 독일 온라인 신문에 실린 한국 음식물쓰레기 관련 기사 식품 중 약 1/3은 쓰레기로 버려진다. 그리고 나중에 쓰레기 매립장에서 종종 기후에 악영향을 주는 메탄을 생성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거기서는 음식물 쓰레기의 95%가 바이오 연료, 동물 사료, 그리고 최근에는 비료로도 재활용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하이테크-음식물 쓰레기통(음식물 처리기) 덕분에 쓰레기들을 소량만 처리하면 된다. 이 기계들은 칩 카드로만 조작할 수 있으며 누군가 버.. 2021.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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