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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시간을 거슬러40

유튜브로 다시 듣는 잊혀졌던 파두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했다. 오래전 외국에서 만난 친구와 듣던 파두를 다시 듣게 되었다. 완전히 생소한 포르투갈어라서 가수 이름도, 노래 제목도 시간 지나니 다 잊혀졌는데, 문득 유튜브를 떠올려 그 곡들을 오랜만에 들어보았다. 머나먼 기억들이 일시에 당겨져 현재로 돌아왔다. 유튜브로 다시 듣는 잊혀졌던 파두 파두의 음률이 좋았다. 그때 당시 파두라고 해봤자 아말리아 로드리게스 정도 알고 있었지만, 이제 갓 친해진 이탈리아 친구가 어떤 음악을 좋아하냐는 말에, 나도 모르게 '칸초네와 파두'라고 대답했다. 음악이라면 클래식이든 대중음악이든 가리지 않고 듣고 있었지만, 파두는 그즈음 거의 처음 듣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내가 듣던 파두는 '어두운 숙명'이나 '검은 돛배' 같은 곡들이 다였지만, 그 이.. 2021. 9. 1.
금 간 머그를 보며.. 누구에게나 기억 속에 지울 수 없는 사람이 있듯이, 버리기 힘든 물건들도 있다. 그런 물건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벼르고 벼르다가 장만한 물건들도 의미 있지만, 함께 해온 시간들이 소중해서 세월가도 버리기 힘든 물건도 있다. 금 간 머그잔을 앞에 두고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다. 금 간 머그를 보며.. Damit es alle wissen : Ich war schon mal in Bad Neustadt / Saale 이걸로 모두가 알게 되겠지, 내가 바트 노이슈타트에 다녀왔다는걸 머그에 적힌 문구만으로도 여행지에서 산 기념품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문구와는 달리, 이 머그를 보고 내가 노이슈타트에 다녀왔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나는 한 번도 노이슈타트에 다녀오지 않았다. 이 머그는.. 2021. 8. 6.
제부도 황당 납치 사건 - 제부도 물때 시간 , 아주 오래전 방송했던 어느 TV 단막극의 제목이다. 나는 제부도를 그 단막극을 통해 처음 접했다. 이제는 웬만하면 다 아는 섬이 되었지만, 그때는 제부도가 유명세를 타기 전이라, TV를 보면서도 바닷길이 열린다는 그 섬이 당연히 가상의 섬일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제부도, 황당 납치 사건 하루에 두 번씩 바닷길이 열려 '모세의 기적'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섬 제부도, TV 단막극 의 내용도 제부도의 그런 점을 모티브로 했다. 어쨌거나 제부도는 바닷길이 닫히면 꼼짝없이 갇혀버리는 섬이니, 알고 보면 이런저런 사연들이 가득한 장소일 거라 생각된다. 란 단막극을 보았던 그 당시 20대였던 나는 업무차 직장 상사의 차에 탔다가 황당 .. 2021. 6. 19.
매운탕 보며 떠오르는 기억 매운탕을 주문했다. 매운탕 뚝배기가 불판에 얹히고 미나리 향이 더 강렬해지니 어떤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뵌 지가 오래된 외삼촌과의 추억이다. 어릴 적에 잠깐 외가에 살 때 나는 삼촌을 졸졸 따라다녔다. 삼촌이라고는 해도 나와 열 살 차이도 나지 않는 삼촌이다 삼촌은 친구들을 만나러 갈 때는 나를 데려가지 않았지만 붕어 잡으러 갈 때는 따라오게 내버려두었다. 삼촌을 따라가는 길에 꽃도 따먹고 우산풀 따서 우산도 만들고 풀피리도 불었다. 삼촌이 그물로 물고기를 잡을 때면 옆에서 물고기들을 구경하며 놀았다. 맨들맨들한 돌들이 바닥에 깔린 냇가에서 물에 반사되는 햇살의 일렁임을 보는 게 좋았다. 그 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들의 유연한 몸놀림도 재미있었다. "삼촌 이게 뭐야?" 발등에 붙어 있는 까만색을 보고 물.. 2021. 4. 26.
친구가 몰래 찍어준 귀한 순간 20년도 더 된 오래된 사진들 중에 친구가 나 몰래 찍어준 사진이 있다. 독일에서 공부하던 때였는데, 그때 나는 어느 베지테리안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곳은 날마다 메뉴가 바뀌는 간이식당이었는데, 뷔페에서 흔히 보는 커다랗고 네모난 스테인리스 트레이에서 손님들의 주문대로 음식을 덜어서 담아주는 게 그때 내가 하던 일이었다. 먹고 갈지 테이크아웃할지, 원하는 소스, 원하는 부위 등을 묻고 난 다음 손님들의 주문에 맞춰 음식을 덜어주었다. 날마다 메뉴가 바뀌었기 때문에 재료가 뭔지 알아야 해서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랑 이야기 할 일도 많았다. 덕분에 웬만한 서양 식단과 소스 종류는 꽤 알고 있다. 때로 까칠하게, '베지테리안 식당에 계란 프라이가 웬 말이냐'고 쓴소리를 하던 손님도 있었고, 또 .. 2021.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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